
아이를 키우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난감한 순간을 경험합니다.
마트에서 장난감을 사달라며 바닥에 드러눕거나, 놀이터에서 집에 가기 싫다고 울음을 터뜨리거나, 식당에서 큰 소리로 떼를 쓰는 모습을 마주하면 부모는 순간 당황하게 됩니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까지 느껴지면 마음은 더 조급해지고, 결국 아이를 달래기 위해 원하는 것을 들어주거나 반대로 크게 혼을 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도 아이를 키우면서 비슷한 경험을 여러 번 했습니다. 처음에는 "왜 이렇게 고집이 셀까?", "다른 아이들은 잘하는 것 같은데 우리 아이만 유난한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여러 사람이 있는 곳에서 아이가 크게 울기 시작하면 부모인 저도 감정이 흔들렸습니다. 빨리 울음을 멈추게 하고 싶은 마음에 원칙을 포기한 적도 있었고, 반대로 화를 참지 못해 아이보다 제가 먼저 목소리를 높인 날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아이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면서 조금씩 알게 되었습니다. 떼쓰기는 부모를 힘들게 하려는 행동이 아니라 아직 말로 설명하지 못하는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이라는 사실입니다.
물론 모든 떼쓰기를 그대로 받아줘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의 행동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행동 뒤에 있는 감정을 함께 이해하려는 노력입니다.
실제로 영유아기는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이 아직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시기입니다. 미국소아과학회(AAP) 역시 어린아이들은 감정을 스스로 조절하는 능력이 미숙하기 때문에 부모와의 안정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감정 조절을 배워 간다고 설명합니다.
다시 말해 떼쓰기는 성장 과정에서 비교적 흔하게 나타나는 행동이며, 부모가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건강한 방법을 하나씩 익혀 갑니다.
그렇다면 아이는 왜 떼를 쓰는 걸까요? 부모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요? 아이가 왜 떼를 쓰는지, 부모는 어떻게 반응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지 하나씩 알아보겠습니다.
📌 핵심 요약
- 떼쓰기는 대부분 성장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행동입니다.
- 아이는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이 서툴러 울음이나 소리로 마음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 부모가 감정을 공감하면서도 일관된 기준을 유지하면 아이는 조금씩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을 배웁니다.
- 나이에 따라 떼쓰는 이유가 다르기 때문에 연령에 맞는 대처가 필요합니다.
아이가 떼를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부모들은 흔히 "버릇을 잘못 들여서 그런 건 아닐까?"라고 걱정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떼쓰기는 버릇보다 발달 과정과 더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아이의 뇌는 태어난 뒤에도 오랜 시간 동안 계속 발달합니다. 특히 충동을 조절하고 감정을 다루는 전두엽은 성인처럼 기능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원하는 것이 생기거나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을 만나면 감정을 조절하기보다 그대로 행동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장난감을 사고 싶은 마음이 생겼을 때 어른은 "오늘은 안 사도 괜찮아."라고 스스로를 설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린아이는 아직 그런 조절 능력이 부족합니다. 결국 울거나 소리를 지르며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게 됩니다.
또 하나 중요한 이유는 언어보다 감정이 먼저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억울해.", "실망했어.", "조금 더 놀고 싶었어."라는 복잡한 감정을 정확하게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대신 울음, 발 구르기, 물건 던지기 같은 행동으로 감정을 표현합니다.
그래서 떼쓰기를 볼 때는 행동보다 먼저 '지금 이 아이는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을까?'를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연령별로 떼쓰는 이유가 다른 이유
만 2~3세
이 시기는 흔히 '미운 두 살'이라고 불립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미운' 것이 아니라 자율성이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시기입니다.
스스로 신발을 신고 싶고, 숟가락을 들고 싶고, 버튼도 직접 누르고 싶습니다. 부모는 시간을 아끼려고 도와주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내가 하고 싶었는데!"라는 감정이 생깁니다. 그래서 작은 일에도 울음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만 4~5세
언어는 많이 발달하지만 감정을 다루는 능력은 아직 부족합니다.
친구와 싸웠거나 부모에게 혼이 났을 때 서운함을 크게 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시기에는 "화가 났구나.", "많이 속상했겠다."처럼 감정의 이름을 알려주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초등학교 입학 전후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떼쓰기가 모두 사라질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학교생활, 새로운 친구, 규칙 적응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집에서 감정이 터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잘 참고 있다가 가장 편안한 공간인 집에서 감정을 쏟아내는 아이도 적지 않습니다.
따라서 집에서만 떼를 쓴다고 해서 무조건 버릇 문제로 판단하기보다는 아이의 하루를 함께 돌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모가 자주 하는 실수
떼를 쓰는 아이를 보면 부모도 감정이 흔들리기 마련입니다. 아이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너무 당황스럽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순간적으로 반응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부모의 반응이 반복되면 아이는 그 상황을 학습하게 됩니다. 그래서 떼쓰기보다 부모의 반응 패턴을 먼저 돌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울음을 멈추게 하려고 원하는 것을 바로 들어준다.
공공장소에서 아이가 크게 울면 주변 시선 때문에 빨리 상황을 끝내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하지만 매번 원하는 것을 들어주면 아이는 "울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배우게 됩니다.
공감은 충분히 해주되 원칙은 바뀌지 않는다는 경험을 반복해서 알려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모도 감정적으로 화를 낸다.
아이가 소리를 지르면 부모도 목소리가 커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을 배우는 아이에게 부모의 모습은 가장 큰 본보기가 됩니다.
부모가 먼저 차분함을 유지할수록 아이도 조금씩 감정을 가라앉히는 방법을 배우게 됩니다.
아이의 감정을 무시한다.
"그 정도 가지고 왜 울어?", "울지 마." 같은 말은 부모에게는 위로처럼 들릴 수 있지만 아이에게는 자신의 감정을 인정받지 못했다는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감정을 인정한다고 해서 모든 요구를 들어준다는 뜻은 아닙니다.
"많이 속상했구나. 하지만 오늘은 사지 않을 거야."처럼 감정은 공감하고 기준은 지키는 태도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떼를 쓸 때 부모는 어떻게 반응하면 좋을까요?
먼저 아이의 감정을 인정해 주세요.
아이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기 전에 감정을 먼저 읽어 주세요.
"더 놀고 싶었구나.", "장난감이 정말 갖고 싶었구나."처럼 짧은 한마디만으로도 아이는 자신의 마음을 이해받고 있다고 느낍니다.
규칙은 일관되게 유지하세요.
어제는 안 되고 오늘은 되는 상황이 반복되면 아이는 혼란을 느낍니다.
가정에서 정한 기준은 부모 모두가 비슷하게 지켜주는 것이 좋습니다.
감정이 진정된 뒤 대화를 나누세요.
한창 울고 있는 순간에는 설명이 잘 들리지 않습니다.
감정이 가라앉은 뒤 "아까 왜 속상했는지 이야기해 볼까?"라고 차분하게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평소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연습을 해 주세요.
아이가 "화났어.", "속상했어.", "아쉬웠어."처럼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경험이 많아질수록 떼쓰는 행동은 점차 줄어듭니다.
부모도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면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습니다.
상황별 대처 방법
마트에서 장난감을 사달라고 울 때
"갖고 싶은 마음은 이해해. 하지만 오늘은 장난감을 사는 날이 아니야."
아이의 감정을 인정하면서도 약속한 기준은 바꾸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놀이터에서 집에 가지 않겠다고 할 때
갑자기 "이제 집에 가."라고 말하면 아이는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10분 전, 5분 전처럼 미리 알려주면 아이가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어 갈등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밥 먹기 싫다고 울 때
억지로 먹이기보다 "조금 쉬었다가 다시 먹을까?"처럼 선택권을 일부 주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식사 시간을 전쟁처럼 만들기보다 편안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좋은 식습관으로 이어집니다.
평소 이렇게 도와주세요
떼쓰기는 갑자기 없어지는 행동이 아닙니다.
하지만 평소 부모와의 안정적인 관계가 쌓일수록 아이는 감정을 조절하는 힘을 조금씩 키워 갑니다.
- 아이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기
- 감정을 말로 표현하도록 도와주기
- 생활 규칙을 미리 알려주기
- 약속은 부모도 함께 지키기
- 잘한 행동은 구체적으로 칭찬하기
- 부모도 감정을 차분하게 표현하기
🌿 부모 TIP
떼를 쓰지 않는 아이를 만드는 것이 목표가 아닙니다.
화가 나도 말로 표현하고, 속상해도 스스로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아이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오늘 당장의 울음을 멈추게 하는 것보다 앞으로 감정을 건강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부모의 마음도 조금은 편안해질 수 있습니다.
✅ 오늘부터 실천하기
- 아이의 행동보다 감정을 먼저 읽어 주세요.
- 공감은 충분히, 기준은 일관되게 유지하세요.
- 감정이 가라앉은 뒤 대화를 이어가세요.
- 평소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연습을 함께 해보세요.
❓ 자주 묻는 질문
Q. 떼를 쓰면 바로 혼내야 하나요?
감정이 폭발한 순간에는 훈육보다 안정이 먼저입니다. 아이가 진정된 뒤 차분하게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Q. 원하는 것을 절대 들어주면 안 되나요?
모든 요구를 거절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울거나 떼를 쓰는 행동 때문에 규칙이 바뀌는 경험은 반복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Q. 몇 살까지 떼를 쓰는 것이 정상인가요?
개인차는 있지만 영유아기에는 흔하게 나타나는 행동입니다. 성장하면서 언어와 감정 조절 능력이 발달하면 대부분 점차 줄어듭니다.
마무리
아이가 떼를 쓰는 순간은 부모에게도 쉽지 않은 시간입니다. 하지만 그 행동만 바라보기보다 아이가 어떤 감정을 표현하고 있는지 먼저 살펴보면 조금 다른 모습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오늘 당장 떼쓰기가 사라지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부모가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고 일관된 태도로 반응하는 경험이 쌓이면 아이는 조금씩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게 됩니다.
완벽한 부모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아이와 함께 성장한다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차분하게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아이도, 부모도 조금씩 달라진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참고자료
- 미국소아과학회(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 AAP)
- 육아정책연구소(KICCE)
- 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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